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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거꾸로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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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자 Name : 미호세 · 작성일 Date : 19-06-12 09:23 · 조회 View : 0회 · 댓글 Reply :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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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호 < 성균관대 의대 학장·소아청소년과 i101016@skku.edu >의대 강의가 다른 학과와 다를 것이라 예상했다면 오해다. 일반 강의와 마찬가지로 질병 이름으로 시작하는 강의다. 병에 대한 역사에서부터 원인, 증상, 진단과 치료방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전통적인 강의법은 효과적이지 않다. 처음 찾아온 환자의 얼굴에는 병명이 쓰여 있지 않다. 증상을 보고 거꾸로 진단해야 하는데, 막상 학교에서 배운 순서와는 반대여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아의 간과 관련된 A 질환을 강의하는 중 정신이 확 드는 질문을 던졌다. “나랑 내기할래요?” 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지금부터 교과서를 펼치고 해당 질환을 가진 환자가 처음에 어떤 증상으로 와서 진단되는지 맞혀 보세요. 맞히면 내가 치킨을 쏘겠습니다.” 못 맞힐 리 없다고 생각한 학생들은 신난 표정이다. 한 학생이 기발한 질문을 던진다. “몇 명이 맞히면 사주시는 겁니까?”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한 명이요!” 그러고는 게임이 시작됐다. 5분 후 학생들이 답을 적어 머리 위로 올렸다. 책에 기술된 증상인 황달, 피로, 경련이 보인다. 하지만 모두 틀렸다. A 질환의 환자는 그렇게 진단되지 않는다. ‘어느 상황’에 대해 의사가 의심하고 ‘하나의 검사’를 진행해야 진단이 가능하다. 교과서를 보면 ‘어느 상황’은 증상 파트에 언급이 있고 중요한 ‘하나의 검사’는 진단 파트에 적혀 있다. 그러나 이를 연결하는 전문가의 진단 방법은 눈을 씻고 봐도 나와 있지 않다.

그러면 의사는 학교 때 무엇을 배우는가? 책에서 질병을 배우지만 진단은 하지 못하는 의학교육이 지금의 현실이다. 최근 들어서야 많은 의대에서 환자의 실제 ‘임상 표현형’부터 진단에 이르는 과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수의 강의법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실제 상황에 맞는 임상추론을 가르치려면 전통 강의법으로는 어림없다. 실제 상황을 가르치고 여기에 경험이 합쳐져야 의사의 자질이 발전하고 국민의 이득으로 이어진다. 1차 의료기관부터 빠른 진단이 이뤄지면 의료전달체계가 올바로 서고 불신이 사라진다. 지금과 같은 대학병원 쏠림 현상도 해결될 것이다.

내기에서 진 학생들은 풀이 죽었다. 결국 모두에게 치킨을 사야만 했다. 졸업한 학생들과 병원에서 자주 마주치는데, 한 졸업생이 밝게 웃으며 인사를 던졌다. “교수님, 그때 강의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고맙습니다. ” 좋은 기억으로 남은 걸 보니 거꾸로 뒤집어 가르쳤던 강의법이 미래의 누군가에게 전파가 될 것 같다. 다윈의 자연선택처럼 좋은 문화유전자(밈·meme)는 우리에게 선택받아 내려가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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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 이희호 여사 추모 이어져장상(전 이화여대 총장)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장로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장 목사는 이 장로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뉴시스

‘1세대 여성 운동가’이자 신실한 신앙인으로 살다 10일 별세한 이희호(97) 여사에 대한 교계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은 고 김대중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인 1959년부터 4년 동안 대한YWCA연합회 총무로 활동하며 여권 신장 운동의 초석을 놓았다. 한영수 한국YWCA연합회장은 11일 “이 여사는 축첩(아내 외에 첩을 두는 것) 반대 운동을 이끌면서 가족법 개정에 기여하는 등 남녀평등 운동의 새 지평을 열었다”면서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과 같은 젊은 여성들이 지도자로 클 수 있도록 후원하며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기초를 닦았다”고 평했다.

63년부터 서울 창천감리교회에 출석한 고인은 72년부터 90년대 초까지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했다. 91년 1월엔 장로가 됐다. 김 전 대통령을 위해 묵묵히 기도했던 고인은 80년 11월 사형선고를 받은 남편을 면회하면서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기도했다.

박춘화 창천감리교회 원로목사는 “서글프고 기쁘며 안타깝다”고 아픈 마음을 털어놨다. 박 목사는 고인의 신앙적 동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장로님은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일생 기도하셨는데 통일을 못 보고 떠나신 게 서글프고 신앙인으로 살다 천국 가신 일이 기쁘다”면서 “다만 임종을 지키지 못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고인은 날카로워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다정하고 따뜻했으며 겸손했다”면서 “교회를 위해 많은 봉사를 하셨던 성실한 교인이었다”고 기억했다.

고인에게 성경을 배웠던 이 교회 황용배 원로장로는 “장로님은 주일 오전 10시에 시작됐던 장년 교회학교 교사였는데 학생들은 그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면서 “매우 성실한 선생님이었고 성경 지식이 풍부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성경 말씀 가운데 사셨던 분으로 자신의 삶을 통해 신앙인이 걸어야 할 길을 직접 보여 주셨다”고 회상했다.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는 고인을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로마서 8장 28절 말씀에 충실했던 신앙인으로 기억했다. 그는 “이 장로와 김 대통령이 추구했던 민주주의는 남녀,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평등과 조화롭게 합력하는 것이었다”면서 “그는 양성평등과 같은 이슈에 기독교적 정신이 반영되길 바랐다”고 했다. 박 목사는 고인이 강조했던 ‘신앙고백형 통일운동’에 주목하자고 했다. 그는 “이 장로는 평화 정착이 통일을 이루기 위한 첩경이자 그리스도가 원하는 화해의 길이라고 여겼다”면서 “한국교회는 북한 문제에 있어 선교뿐 아니라 평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근 KBS 이사장은 “시대와 역사를 온몸으로 감당했던 어른이었다”면서 “보수적 신앙인이었던 장로님은 모든 문제를 두고 기도했고 어떤 고난 앞에서도 신앙 안에서 절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삶을 살았던 어른의 정신을 따라 남은 우리가 신앙인으로 바로 서야 한다”고 했다.

발인예배는 고인이 56년 동안 신앙생활을 했던 창천감리교회에서 드린다. 그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설교는 신앙적 동지였던 박춘화 목사가 전한다.

장창일 김아영 황윤태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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